직장, 사회생활 갑을관계에서 오는 문제점 책임 전가
오늘은 직장생활의 갑을 관계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당연히 하급자나 신입이 을, 상사는 갑입니다.
상사들이 자주 하는 말로 "자신이 설명한 내용과 영 다른 엉뚱한 보고서를 들고 오는 부하는 질색이다. 마감시간 임박해서 뜬금없이 들고 온 거라서 수정도 하기 힘들다."라고 '부하의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질책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는 갑과 을에서 오는 불균형인데요.
서로간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하는 대화에서 의사소통 장애는 더 심각해집니다. 한 인사 상담 전문가가 기업 내부 회의를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대화 내용은 "회사를 어떻게 하면 잘 되게 할까"가 아니라 "우리는 잘못이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 했고 할 만큼 했다."는 내용을 상사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상사가 하급자를 질책하면서 태도나 책임감을 탓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데요. 이런 회의를 통해 뭔가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고 회사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길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죠.
특히 표준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하는 회사일수록 이런 의사소통 장애가 더 커집니다. 매뉴얼, 프로세스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내놓은 것인데, 어떤 곳에서는 그걸 싹 다 무시하고 "우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처리하는 게 더 편하다. FM대로 하는 건 생각이 없는 거다"라는 식이 되면 상사와 하급자 간의 갑과 을 관계가 더 벌어집니다.
상사가 하급자의 '태도, 성실성, 꼼꼼함, 책임감, 변명' 같은 요소들을 질책하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은 책임 전가가 진짜 목적입니다.
정말로 상사가 하급자가 앞으로 잘 하면 우리 팀이 잘 풀릴 텐데...라고 간절히 바랬다면 태도나 책임감 같은 걸 지적하지 ㅇ닪습니다. 하급자가 게으르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면 상사가 내 지시가 없더라도 반나절 간격으로 일의 진행상황을 보고하라는 식으로 지시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급자가 일을 엉터리로 해서 생긴 문제라면 상사가 일을 잘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일에서 생기기 쉬운 실수들을 정리해 주던지,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하급자가 아니라 상사 자신이 문제이거나, 상황이 문제이거나,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사의 목적은 자신은 잘못이 없고 이 문제는 하급자의 잘못이라고 남들 앞에 보여주기 위한 책임 전가입니다. 그러니 상사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그와 반대되는 상사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입니다라고 해 버리면 당연히 불이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사는 업무능력 면에서 인사고과를 깎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분이 잔뜩 나빠져서는 온 회사에 뒷담화를 퍼뜨리고 팀워크 면에서 인사고과 최하점을 주게 됩니다.
반면, 위 상황에서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시키겠습니다."라고 하면 업무능력 면에서 인사고과가 깎이는 것은 위와 똑같지만, 항상 이렇게 자기 탓을 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상사는 그 잘못에 대해서 회사 전체에 뒷담화를 퍼뜨리거나 팀워크 면에서 낮은 인사고과를 주지는 않게 됩니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평소에 밉보인 사람이라면 아무리 자신의 탓으로 돌려 봤자 "그래, 네가 무능하고 멍청해서 생긴 일이지, 난 네가 빨리 잘렸으면 좋겠다!" 하면서 업무능력, 팀워크 양쪽 다 인사고과를 깎고 뒷담화를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책임 전가를 하냐 하면, 대한민국 내 거친 조직문화의 특성상 누구든 간에 한 명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배가 책임을 거부하거나 후배의 책임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버리면, 그 때는 선배나 상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때문에 아랫사람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떠넘기는 것이므로 설명해봤자 먹히지 않습니다
"네가 미리 잘 했어야지 이제 와서 너 혼자 문제를 터뜨려놓고 왜 변명질이냐"
"네가 알아서 챙겼어야지 왜 문제를 터뜨리냐?"
분명히 아랫사람이 요구되는 대로 했고 시킨 대로 했더라도, 윗사람이 맞춰주지 않은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다 아랫사람이 게으르고 멍청하고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탓으로 전가되게 됩니다.
정말 비상식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것을 피하려면 창업하거나 외국에 취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조직이 문제 해결하는 방식이 똑같이 때문이죠. 잘 되면 상사 덕이고 잘못되면 부하 탓입니다.
이런 책임 전가를 당할 때는 설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상대방은 처음부터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사 서면으로 몇백 페이지를 써오고 전문가의 의견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직급이 낮으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리고 '변명에 책임 전가나 하는 후배'라는 소리를 들게 됩니다.
상사가 말할 때, 위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면 나를 높이고 상대를 깎아내릴 수 있겠다...'라는 대안을 알고 있다면 그 대안을 제시하면서 하급자를 깎아내렸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주지 않고 질책하는 건 상사 입장에서도 자신을 높일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질책을 당할 때는 상사에게 대안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상사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대안은 안 됩니다. 갈굼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책임 전가를 하는 상사에게 갈굼을 덜 받는 법
A "지난 번 말씀하신 건은 알아봤는데 적당한 대상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B "지난 번 말씀하신 건은 알아봤는데 적당한 대상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이건 어떨까 하고 조사해 본 건이 있는데 검토해주시겠습니까?"
A "OO 업체에서 납품날짜를 못 맞추겠다고 합니다. 늦어질 것 같습니다."
B "OO 업체에서 납품날짜를 못 맞추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쪽 실무진에게 물어봤더니 재료 수급 문제로 연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3일만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면 납품에는 차질이 없을 겁니다."
A "말씀하신 서류를 확인하려면 차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문서를 열어 봐야 합니다. 그러게 제가 미리 안 된다지 않았습니까."
B "말씀하신 서류를 확인하려면 차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문서를 열어 봐야 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하급자가 A와 같은 말을 하면 심한 갈굼을 하는 상사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은 B처럼 말해도 "네가 뭔데"라면서 갈구겠지만, A처럼 말했을 때보다는 덜 갈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책임 전가가 심해지면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 됩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처리하든 까이게 됩니다. 직장생활에서 이런 종류의 상사에게서 말귀 잘 알아듣는다는 소리 들을 방법은?
상사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상사가 책임질 일도 없애고 상사가 주위로부터 인정받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차피 닦이는 자리이니, 이직할 생각이 없으면 팀을 옮길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원칙이 없는 책임회피의 달인이므로, 잘못을 따지고 원칙적으로 하려고 하다가는 철저히 손해를 봅니다.
당연히 이런 문화가 지속되면 직장은 발전하지 않습니다. 상사는 '무책임하고 알아서 못 챙기는 부하를 혼냈으니 내 역할은 그만'이라고 착각하지만,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그 문제가 재발하게 되기 때문이죠.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이 상황은 굉장히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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