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스탭 알바 리얼 후기

아르바이트|2019. 7. 30. 14:33


저는 알바도 재미를 추구합니다. 재미있는 알바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눈에 들어온 공고는

“카*콘서트’에서 같이 일할 스텝을 구한다”는 공고였습니다.


조건은 오후1시부터 행사를 준비하고, 오후10시에 행사종료되고 장비들을 철수를 하면 오후 11시전후로는 끝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페이는 6만원이였습니다.

근무는 10시간이고 식사시간 있을테니 시급은 6600원 꼴이였죠.


괜찮다고 생각했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어본 결과, 11시보다 늦게 끝날 수도 있다는 것과 힘이 드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숙박비까지 모두 제공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운전을 할 일이 있을 때는 운전 페이까지 1만원이 추가 된다고 했습니다.


여기 까지만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할 만한 수준의 알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콘서트도 공짜로 볼 수 있고 말이죠.


그래서 나는 운전도 할 줄 알아서 운전자로 등록을 하고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하기로 한 날이 왔습니다.




첫째날


처음 행사는 서울 성균관대학교 였습니다.

성균관대에 도착하니, 여학생들도 예쁘고... 그래서인지 설레고...


뭐 그런 마음으로 콘서트 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내게 그런 고난이 생겨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으로 도착해서 담당 실장님과 인사를 했습니다.

전화로 채용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던 사람과는 다른 분이었습니다.


내가 알바 경험이 좀 더 많았더라면, 현장 경험이 별로 없는 채용 담당이 하는 말은 신뢰하지 않는 법을 알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들지만, 뭐 그때는 별 생각 없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같이 일하기로 한 친구들은 20대 또래의 친구들이었습니다.


한 6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원래 오늘 일정은 1시까지 도착하기로 예정 되있었는데, 며칠전에 교육일정을 이유로 오전 11시까지 모여야 한다고 해서 11시까지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트럭에서 물건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웬걸!? 교육같은 건 하지도 않고, 부랴부랴 따라가서 트럭에서 물건들을 내렸습니다.


나중에 직원에게 들어서 알게 된 얘기지만, 교육 때문에 11시까지 모이게 된 것이 아니라, 물건이 갑자기 많아지게 되어서  우리를 일찍 부르게 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시작 되었던 것이죠.


5톤 트럭 한차 분량의 물건들이었습니다. 텐트, 행사장에서 쓰이는 광고 현수막들, 배너들 따위를 한곳으로 내려서 정리 해놓았습니다.


내려놓자 마자, 현수막을 걸러 대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우리가 콘서트를 몇시에 어디서 할 것이니 찾아오라는 내용의 현수막 말이죠.


열심히 붙이고나니 시간은 오후1시가 넘어있더라구요.

그리고 한솥도시락에서 치킨마요 도시락을 시켜주더군요. 도시락이 배달되는 동안 행사에 쓰일 맥주들을 모아놓고, 아이스박스에 옮겨 담았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얼음도 채워넣고 말이죠.

맥주는 시원해야 맛이니까요.


아무튼 그런 잡일들을 마치고 도착한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트럭 한 대 분량의 물건이 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밥도 먹다말고 다시 물건을 내렸습니다. 차에 물건을 빨리 내리고, 빼줘야 하거든요.

이쯤되니 친구들이 벌써 투덜투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자마자 땀이 뻘뻘나도록 물건들을 옮겼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겁나 힘들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물건을 다 옮겨놓고 밥을 먹고, 마무리를 한다 했을 때 우리는 또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 트럭에서 내린 물건들을 다 어딘가에 설치 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식후 커피 한 잔의 여유 같은건 우리에게 사치였습니다.




게다가 처음만난 사람들이라 업무 경험도 없어서 차장님이 굉장히 힘들었을껍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힘들었습니다.


행사장에 카*로고가 보이도록 바람에 펄럭이는 배너를 설치하는 것, 배너가 넘어지지 않도록 물통에 물을 채워야 하는 것, 그리고 대학교 전역에 포스터들을 가지고 다니며 기둥이며, 벽에다가 포스터를 설치하는 것, 등등의 일이 숨 쉴 틈 없이 진행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일하는 도중 중간에 학식센터에서 학식도 사먹고 말이죠.

다 끝나고 나니, 오후 7시 반쯤 되더군요.

 

행사는 오후 8시부터 시작이라 잠시 쉴 틈 이 있는 줄 알았는데, 첫날은 업무에 대한 내용을 브리핑 받느라 우리는 쉬지 못하고 그렇게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첫 날 행사는 매드 크라운, 산이, 다이나믹 듀오의 무대였습니다.

처음 즐기는 행사라 넘 즐거웠습니다. 노래도 따라부르면서 즐겁게 일을 하는데, 다듀가 마지막에 앵콜을 7곡이나 하더군요.


우리는 피곤해서 빨리 가야되는데!!!

다듀 나뻐!!!!! 라곤 해도 학생들은 좋아라 했습니다. 우리랑은 참 상반되는 반응이였죠....


행사는 10시 40분이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부랴부랴 설치했던 것들을 다 철수하고, 물건들을 트럭에 실었습니다.


물건의 양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철수를 다하니 12시 30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느낀건 딱 하나였습니다.


“아! 내가 속았구나!”




오전 11시에 불러서 오후 12시 30분이 되서야 끝이난겁니다.

식사시간을 빼도 13시간이 넘는 근무를 시키고 6만원.... 이건 정말 속은 거였죠.


채용 담당에게 따졌더니 우리는 일당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버페이는 줄 수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정말 이건 속은거다 라고 속으로만 되뇌이면서...하지만 더 큰 고난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의 일정이였는데요.

5월11일 성균관대, 5월 12일 부산경성대...


우리는 오후 12시30분에 끝난 채로 부산으로 바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차 2대로 해서 이동을 하기로 했는데, 한 대는 회사차량인 카니발이고, 또 한 대는 같이 일하는 형이 가져온 차였습니다.


16만 키로를 넘게 달린 아주 대견한 차더군요.

우리는 교대로 운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트럭운전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운전은 할 줄 알기 때문에, 조수석에서 졸지 않으며 열심히 달렸습니다. 근데 또 문제가 이 차는 라이트가 너무 약해서, 앞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형이 어떻게 운전하는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나는 중간에 한번 교대를 했지만, 이내 다시 형에게 운전대를 넘겨 줘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 도착하기 까지 사고가 날까 불안에 떨며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새벽 5시...

우리는 부산 경성대 앞의 한 모텔에서 아주 꿀잠을 잤습니다.


오후 1시에, 일어나 다같이 밥을 먹고 다음 날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현장 담당하시는 차장님은 아주 신경질 적이고 성격이 급하고 무슨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를 아웃사이더 마냥 빠르게 구사하더군요.


하지만 그 모습과는 반대로 우리를 잘 챙겨주었고, 밥도, 숙소도 맛있고 좋은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그게 정말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였어요.


경성대에서의 일정은 생각보다 널널했습니다.

첫날 했던 일이라고 그새 적응이 되어서 우리는 빠르게 조를 나누고 업무를 분담해서 일을 처리했습니다

.

별 탈 없이 행사는 시작되었습니다.

경성대학교는 에릭남과 다이나믹 듀오, 산이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다이나믹듀오가 계속해서 앵콜을 이어 나갈 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철수도 마찬가지로 집에 빨리 가고싶은 마음에 최대한 빨리 하고 행사를 마칠 때의 뿌듯함을 가지고...


우리는 이제 서울로 귀환해야 한다...이게 제일 싫었습니다....ㅠㅠ

아니 제일 싫을 줄 알았습니다....ㅠㅠ


그 때, 차장님이 한마디가 들려왔습니다.

“부산에 있는 창고에 물건을 좀 넣어놓고 가야되는데 같이 갈 사람 있냐?”




거절 같은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좋던 싫던 우리는 따라가서 짐을 창고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식당에 들러 야식을 먹었습니다.

그 와중에 차장님과 나와 약간의 언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뭐였는지 얘기 해드리겠습니다.


발단은 차장님의 말이었습니다.


“너네 야식 먹는 것도 원래는 회사에서 안 나오는 건데, 내가 회사에서 맨날 욕먹는다. 나는 너네 먹는 것 만큼은 잘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해.”


라는 말에 나는 좀 어이가 없어져서 물었지.


“아니 차장님 그럼 차장님 사비로 우리 야식 사 주시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다. 청구하면 주긴 하지.
그런데 청구할 때 야식비용 그런건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어.”


“근무시간이 저희가 몇 시간인데, 법적으로 식사비용 같은것도 청구할 수 없나요? 

그거 참 이상하네요. 저는 저희가 야식먹는게 정당한 권리인줄 알았는데요?”


“너 법에 대해서 잘 알아? 니가 변호사야?”


“아뇨. 저는 그렇게 기분나쁘라고 드린 말씀이 아닌데 죄송해요.
차장님의 사비로 저희가 야식을 먹는거라면 죄송해서 그러죠.” 


“니네 법적으로 해서 문제되는거 하나도 없고 다 지키고 있으니까 그런 얘기 꺼내지마라.”


“네.”




이런식의 대화가 오갔었는데 중간에 차장님의 언성이 높아져서 친구들도 다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죠.

 

아무튼 우리는 그런 해프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남역에 오전 8시가 넘어서 도착했으니, 토요일은 잠자느라 다 보낼 상황이었죠.

저는 꽤나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가면서 채용 담당하는 사람에게 이런 내용으로 따졌습니다.

첫 번째, 공고에는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라고 하고 좀더 늦어 질 수 있다.
라고 얘기 되었지만, 실상은 12시를 안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운전을 해서 5시간이나 이동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점입니다. 

세 번째, 흰 신발을 신고 오라고 한 점입니다. 신발을 못 쓰게 되버렸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형식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이 업계가 원래 그렇다는 것.’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이 업계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로요.


뭐 원래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덕분에 대답을 듣자마자 이렇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고,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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