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빵집 하루 알바 후기

아르바이트|2019. 7. 29. 13:48


오늘은 프랜차이즈 빵집 하루 알바한 경험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반화 절대 아니고 내가 겪은 매장이 그랬다는 것이니 염두해 두고 읽어주세요.


이것은 하루 일해보고 힘들어서 그만둔게 아닌, 위생상태가 불량해서 그만둔 것입니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뭐 다들 아는 그 프랜차이즈입니다.


사장님 개인 사정으로 면접이 두차례 미뤄져서 이미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해할 만한 사정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내일 한 번 나와볼래요?”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20분 일찍 도착, 다른 알바생 두 명과 2층 사무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거기서부터 매장 정리/위생상태가 구리다는 게 보입니다.
쌓인 박스 위에 유니폼이랑 앞치마랑 널부러지듯 놓여 있더군요.




솔직히 처음 봅니다. 유니폼 보관 이렇게 하는 곳은요.

근무시간은 6시부터 11시까지이며 기본적인 계산부터 마감타임이니까 빵 모아놓고 선반 치우고 완제빵 재고 조사하는 거 배웠습니다.


사장님은 집 갔다오겠다며 금방 가셨고 업무는 알바생들에게 배웠습니다.

마감청소 할 때가 되어 설거지를 하러 2층 주방에 갔습니다.


빵 구워나오는 구멍 송송 뚫린 판 아시나요? 그게 몇십 개 쌓여있고 닦으면 되는 겁니다.
싱크대는 가로세로 40센티정도 되는 귀여운 싱크대였습니다.


매장업무 중에 제일 힘든 일이라고 설명하던데 이거 사실 그냥 단순노동인데요.
힘든 건 모르겠고 그냥 닦으면 됩니다.


빵은 아침에 굽고, 설거지는 마감타임인 내가 하니까 판에 묻은 잔여물들과 기름기가 눌어붙을 대로 붙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알바생이 설거지가 힘들고 귀찮으니까 사장님이 매장에 안 계실 때는 세제 쓰지 말고 물로만 닦으라는 걸 꿀팁이라고 알려주더라구요.
Cctv 사각지대에다가, 검사도 꼼꼼히 안 한다고 합니다.




근데 빵이 올라가는 판이잖아요.
우리 입에 들어가는 달콤하고 맛난 빵님들이 올라가서 구워지는 판이잖아요.


나 약간 화났습니다.
요식업인데 위생관념 다 뒤져서 화났습니다.


여튼 설거지 다 끝내고, 매장 쓸고 닦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빗자루로 다 쓸고 대걸레질 하려는데 대걸레를 아까 그 싱크대에 빨더군요;;


원래는 매장 밖에 화장실에서 빨아야 하는데 귀찮다고 합니다.

주방이 원래 대걸레를 빠는 곳이 아니니까 걸레 짜는 기구도 없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빨아놓은 걸뢔를 어떻게 짜느냐!
트레이라고 하나? 구멍 숭숭 뚫렸고 뚜껑 없고 납작한 플라스틱 박스.


복도바닥에 있는 트레이에 대걸레 올리고 발로 밟아서 짜더군요.


그러던 중 면접 봤던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옵니다.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빵집은 알바시간이 길어서 돈이 더 짭잘합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더러운 모습을 이미 너무 많이 봤습니다.

좀 전에 연락 온 곳(편의점)은 시간이 적어서 돈은 좀 덜 받지만 혼자 일해서 편할 것 같고 사장님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편의점 면접보러 갔다가 사장님이랑 1시간 20분 대화하고 왔습니다.

일하면서 고민하는데, 매장 문 앞에 손님들이 빵 집을 쟁반하고 집게가 놓여있습니다.


위치가 문 앞이고 여름이다보니 벌레가 들어와서 그 쪽에 기어가고 있었는데요.
알바생 하나가 빵집게를 하나 집더니 집게로 벌레를 잡기 시작하더군요.


챙- 챵- 챙-


한참 시끄럽게 쇳소리를 내더니 결국 벌레 잡아서 밖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집게를 제자리에 놓더군요. 닦지 않고 말이죠.




이 알바생은 내가 여기서 일하게된다면 지속적으로 봐야 할 알바생입니다.
그래서 관둬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이 알바생의 -빵집게 벌레잡이-는 마치 9회말 역전홈런 같은 것이었습니다.
내 고민을 깨끗이 씻어내려줬습니다.


그 외에도 위생상 거슬리는 것들이 자잘하게 있었고 다시는 거기서 빵 사먹는 일 없을 것입니다.

그날 밤 문자를 보냈습니다.


매장 일이 맞지 않아서 근무 못하겠다고 말이죠.
어차피 교육받는 동안은 돈 안 주는 매장이어서 큰 손해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빵집 마감타임 자체는 빵 이름 전부 숙지한 후라면 크게 어려울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어딘가 깨끗한 매장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볼 의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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